일단 날씨는 완벽하게 좋았습니다. 남반구 가을, 푸른산맥 입구의 아침은 첫사랑처럼 상큼했습니다. 열명의 콜링맨 회원은 ‘1박2일’간 ‘무한도전’의 꿈을 안고 ‘힐링캠프’를 가기위해 Glenbrook Park에 모였습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그리고 이경규씨는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오렌지까지는 세시간 남짓, 중간에 바스허스트에 있는 원사장님 세차장에 잠깐 들르기로 했습니다. 굽이굽이 블루마운틴 산맥 안을 가로지르며 가는길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예상한대로 단풍이 한창이었습이다. 휴일도 아닌 금요일에 회사일 땡땡이 치고 나온 느낌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자, 그대는 쉴 자유를 가진 자이리라.
Bathurst에 가기 전에 Medlow Bath에 있는 Hydro Majestic Hotel에 내렸습니다. 19세기 서부로 서부로 향하던 호주 개척민의 정신과 삶이 녹아있는 전시품들과 함께 기념품들이 교묘하게 섞여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와 장대한 Megalong Valley를 뒤로하고 한컷! 줄회장과 함께 하는한 시도때도 없이 사진 찍히는건 각오해야 합니다. 서라면 서고, 김치이-하면 치이-즈 해야합니다.
두대로 나눠 탄 차창 밖으로는 수만년 전에도 비슷한 모습이었을 태고의 풍경이 간간히 보였습니다. 관광버스라면 누군가 마이크 잡고 노래라도 불렀겠지만(haha) 걍 아쉬워하며 자연스레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다들 지천명이 넘은 나이들이니 수십년된 우여곡절들이 한국과 호주를 넘나들며 줄줄이 엮여 나왔습니다. 그러는사이 ‘아니벌써’ Bathurst에 도착했습니다. Stockland Shopping내 Extreme 세차장에 도착, 본의아니게 원사장님께 지점 사업장 체크할 기회를 드리고 Orange로 고고!
는 생각보다 큰 타운이었습니다. 인구는 한 4만쯤 된다 하는데,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것처럼 타운 어디에서도 나무는 볼 수 없었습니다. 오렌지 주민 Isabell아빠에게 물어보니 이름 지은 사람이 더치 왕자인 Prince of Orange와 군대 생활을 같이 한 계기로 그의 이름을 동네 이름에다...그옛날 유럽군대도 관등성명은 확실하게 했나봅니다.
오렌지는 옛날(그래봤자 200년전이지만...) Australian Gold Rush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각종 과일 나무들이 엄청 자라는 지역으로 되었다 합니다. 그중에도 포도 생산이 점점 늘어 많은 와이너리들이 있습니다. 1박 2일 첫번째 미션은 Ross Hill Winery방문입니다. 이강수 사장님이 가르쳐준 와인 테스트 하는 요령을 따라서 열가지도 넘는 와인맛을 보았습니다. 그 세세한 맛의 차이는 물론......기억 못합니다. 와인을 입안에 넣고 양치 가글하듯이 굴리며 맛을 느껴 보라는 충고는 물론... 따라하지 않았습니다. 노무 아름답지 않지 말입니다?? 한잔만 더들어가면 취할 시점에 우리는 주인아저씨 이사벨 아빠를 따라 쉐드 안으로 가서 나머지 공부를 더 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전리품으로 와인 두박스 챙겼습니다.
To be continued... Stay tuned!!
Episode 2
‘무한도전’ 두번째 미션은 Sam 사장님의 문어발식 인베스트먼트 중 하나인 소나무 산을 방문해 올라갔다 오는 것입니다. 오렌지 근처 730에이커에 달하는 소나무 산입니다. 잘사서 잘파는게 사업의 원리라 했는데, 잘 살것도 없이 걍 잘라 내다 팔면 되니...흐음...주인없는 대동강물 팔아드신 김선달씨 만큼은 아니지만 대단합니다 샘사장님! 우리는 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오솔길처럼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양쪽으로 빽빽한 소나무 숲이 끝안보이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피톤치드 뿜어져나오는 침엽수림을 걸으며 우리는 건강이나 인생, 혹은 호주 목재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대화를......나누지는 않았고, 그저 사진 찍기 놀이나 아재개그에 호호하하, 어두워져서야 걸어내려 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할때쯤 줄회장으로부터 세번째 미션이 카톡으로 전송되었습니다. 미션은 두명씩 다섯 조로 나뉘어 저녁 식사를 준비 하는것이었습니다. 식사후 맛 평가에서 꼴찌한 팀은 벌칙으로 설거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1조 된장찌게 by SImon Lee & Steve Choi 2 조 떡볶이 by Edward Seo & Minsun Kim 3조 돼지불고기 by Patrick Cha & Paul Won 4조 해물파전 by Kyumi Lee & Sam Bae 5조 김치찌게 by Frank Kim & Julianne Lee 이 대항전은 공정성 및 진행과정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었습니다. 1조 Steve는 감자 없는 된장찌개 전문 Simon에게 모든 노역을 맡기고, 어둠침침한것도 못느끼고먹고 살자고 음식 준비하는 회원들을 위해 부엌불 하나 추가로 켜준것만으로 밥값 다 했다고 우기며 노력 봉사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2조 Minsun은 요리의 고수 Edward가 넘 잘 알아서 한다는 핑계하에 팀을 무단 이탈하고, 다른팀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맛을 보고 다니며 의도적으로 상대팀들을 정신없게 만들었습니다. 3조 Patrick과 Paul은 이미 양념이 다 되어 있는 돼지고기를 사온것을 그저 구워서 담아낸 것으로, 이는 스포츠로 치면 거의 도핑 수준의 부정행위이며, 엄밀한 의미로 요리를 했다 할 수 없습니다. 4조 Kyumi는 미션으로 받은 아이템은 해물 파전이었으나 냉동 해물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야채가 다양하지 않음을 순간적으로 간파, 김치를 추가하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김치해물깻잎 파전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Sam은 Kyumi가 시킨 야채 씻는 일은 대충하고 본인이 사온 Dimple 위스키를 계속 권하며 판단력을 떨어지게해 부침개를 자꾸 뒤집어 다 찢어지는 오류를 범하게 만들었습니다. 동료인지 적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Sam 덕분에 만들어진 취병은 그러나 어마무시하게 맛있었습니다. 5조 Frank는 처음부터 전의가 많이 모자라 아예 설거지를 할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줄회장이 만드는 김치찌개는 풍부한 아티스트의 상상력으로도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회장 본인은 나름 머리를 써서, 쉽게 맛을낼 수 있는 아이템을 본인의 아이템으로 정하는 직권 남용을 저질렀으나 턱없이 모자라는 조리 경험을 상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끝내 죄없는 Frank는 열명이 먹은 설거지 다하고 부엌 청소까지 했습니다.
이로써 1박2일 무한도전의 미션은 다 끝나고 이제 힐링캠프 시간이 되었습니다. 캠프 파이어 대신 난로에 장작이 훨훨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난로가에 모여앉아 이강수 신입 회원 가입 소견과 들을때마다 쑥스러운 노래 노사연의 만남을 들었습니다. 이어 Sam의 Investment Development 사례발표를 들었습니다. 이후 윷놀이 게임이 오고가는 게임머니 속에 처절한 우정을 싹틔우며 시작됐습니다. Jul-Pre’, Edward, Steve, Sam이 한팀, 그리고 Kyumi, Patrick, Simon, Frank가 한팀이 되었습니다. 빡빡한 하루 스케쥴 진행하느라 flat out된 Paul은 저녁 식사후 한순간으로 종적을 감춰버렸고 Minsun은 깍두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Benjo Patterson이 푸른색으로 인쇄된 지폐들이 윷판 매트 아래로 깔려 들어갈때마다 전의는 불타올랐고, 윷가락들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던져졌습니다. 게임 등 기타 잡기에는 영 취미없는 Jul-Pre’와 Kyumi는 던질때마다 부담스러웠습니다. Sam은 도통 룰을 이해하는것 같지 않았고, Minsun은 광도 못파는 깍두기라 모티베이션이 없었으며, Steve는 굳이 삼각근, 이두근 이런거 쓰며 팔운동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줄구장창 개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Frank와 Patrick, Edward, Simon은 지칠줄 모르는 승부사였습니다. 섣불리 판세를 읽을 수 없을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해방이후 반도 밖에서 벌어진 가장 치열한 윷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람불때 연날린다고 여세를 몰아 판돈을 올리고 한판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매트 아래로는 붉은색의 안경낀 아저씨가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TV에서는 재인오빠가 정은씨 만나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재인오빠 얼굴에서 스치듯 피곤한 기색을 보았습니다. 2018년 4월 27일은 분단 조국이 21세기 동북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은날로 영원히 기억될것입니다. 그날밤 우리는 다음날 밥값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도 숭고한 이유로 절실했습니다.